어디인지 모르지만 김종철님의 글중에서....
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한때는 카메라 값이 너무 비싸다는
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.
물론 요즘도 어떤 카메라와 어떤 렌즈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
지울수는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사진기의 값이 너무싸고 흔해서(?)
나같은 빈부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한없이 고맙습니다.
허접한 스캐너 하나를 장만해서 지난세월을 한번 읽어볼 요량으로
서랍과 앨범을 뒤졌습니다.
지나온 꾸진 세월을 기억이라도 하라는 듯이 물난리 때
흙탕물에 잠긴 살림살이 속에서 건져냈던 앨범하나....
대충 물에 헹구고 대충 말려놓고는 십수년을 암흑속에 버려논 옛 모습들이
지들끼리 붙고 엉킨채로 21세기의 빛을 봤습니다.
그 어지러운 사진중에 하나를 조심스럽게 떼어냈습니다.
아! 내 아내의 모습
이십오년전의 내 아내의 모습
결혼하기 일년전 어느 여름날에 저와 같이 나들이 했을 때의 모습을 봤습니다.
지금은 어떤 카메라였는지, 또 그것이 내 카메라였는지 조차도
기억도 할 수없는 그 오랜세월을 어둡고 습진 속에서 견디고 또 견디다가
이렇게 처녀적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내 아내를 보면서
눈물이 납니다.
내 아내도 저렇게 아름답고(?) 싱그러울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
까맣게 잊고 있었는데...
이제 세월이 흘러 아내의 얼굴에도 주름이 지고 세월의 때가 많이 앉았습니다.
그 모든 것이 내 탓인냥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.
이젠 딸아이의 나이가 사진속의 내 아내의 나이보다 많습니다.
그런데 비교해 보면 지금의 딸아이는 너무 철없고 어립니다.
내 아내는 저보다 어린나이에 지 아빠에게 시집와서 시어머니 봉양하고
저 낳고 어려운 살림살이 이끌며 가난한 지 아빠를 지아비로 받들며
지금까지 살만큼 지혜롭고 용기있고 착한 여자였는데
그것을 알기나 하는지...
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.
- 만일 태초의 빛을 담았다면?
만일 예수의 빛을, 석가모니의 빛을, 세종대왕의 빛을 담았다면
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-
지난세월 몇번의 물난리와 이사통속에 많은 사진들이
잊혀지고 버려지곤 했습니다.
그중에서 살아남아 홀연히 나타난 지금은 내 아내인 어떤 처녀의 모습은
얼마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?
빚을 내서라도 많이, 아주 많이 담아 놓을걸...
지난세월을 읽으면서 자꾸만 서글퍼지고 가슴이 아파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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